개발자는 주로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로 제품을 만드는 직업이다.
그렇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려면 모니터 속 세상만이 아닌, 진짜 현장을 알아야 한다.
작년 처음 트럭헬퍼에 입사 후 초반, 현장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화물차 주차장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주차장뿐만 아니라 화물차 기사님들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고, 그분들의 페인 포인트가 무엇일지 더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해 2인 팀을 꾸려 선탑 체험을 하기로 했다.
이번 선탑 체험은 기꺼이 요청을 들어주신 백두현 사장님의 카캐리어에서 이루어졌다. 새벽 4시반, 평택항 근처에서 사장님과 만나 난생 처음 화물차에 올랐다. 사장님께서는 평소 차량 5대 정도를 적재하는 크기의 큰 카캐리어도 운전하시지만, 이날 체험한 차량은 두 대를 실을 수 있는 규모였다.


상차지에서 벤츠 신차 두 대를 싣고 강릉으로 출발했다.
휴게소에서 먹는 화물차 기사의 아침식사
사장님께서는 대부분 아침을 거르신다고 한다. 이날은 선탑한 우리가 있어서 8시쯤 휴게소에 들려서 우동을 먹었다. 평소에는 어떻게 식사하시는지 여쭤보니, 대부분 이렇게 휴게소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길게 이동하는 일이 잦고, 차가 크다보니 주차하고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카캐리어는 이렇게 휴게소에서 먹을 시간이라도 있죠. 다른 기사님들은 아예 끼니를 거르거나 운전하면서 드시는 분들도 많아요.”
본인은 그래도 좋은 환경에 있는 거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큰 도움을 직접 드릴 수는 없지만 트럭헬퍼가 더 성장해 기사님들이 식사하시는 동안 편히 주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휴게소에서 짜장면은 3분 짜장맛이라 사 먹는게 정말 바보라는, 휴게소 고수의 꿀팁도 들려주셨다.)
강릉 하차지에서 본 검수의 무게


한참을 달려 강릉 하차지에 도착했다. 하차지에서 차를 내리고 검수 절차가 끝나면 그 일은 마무리된다. 이날은 검수 시간이 짧아서 금방 일정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어떤 곳은 차 한대당 30분 이상 둘러보고 검수하는 현장도 있다고 한다.
검수가 길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차량 외관에 작은 문제가 있으면 그 책임이 기사님께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만큼이나, 차량을 싣기 전에 차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옛날에는 이 부담이 더 컸다고 하셨다. 도장 불량이나 조립 불량처럼 제조사 단계의 하자조차 기사가 떠안았고, 한 대라도 거절당하면 그날 탁송료를 못 받기도 했다고 한다. 사장님은 이런 일들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일은 운전이 아니라 비즈니스 영업직이에요. 차를 넘기는 그 순간의 대응이 전부거든요."
그래서 처우 개선을 위해 사장님과 동료분들께서는 많이 노력하셨다고 한다. 운수회사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교섭권을 갖기 위해, 기사님들끼리 단합하고 회사 부지를 주기적으로 청소도 하셨다고 했다.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책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환경을 바꿔오셨다고 한다. 그 노력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예전만큼의 고충은 많이 사라졌다고 하셨다.
이야기 끝에 사장님은 화물차 기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도 알고 계셨고,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도 하셨다.
위험하고, 불법 주차하고, 운전이 거칠다는 이미지.
사장님께서는 회사도 물론 노력해야겠지만, 결국 인식 개선이라는 게 '직업인'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지킬 선을 분명히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씀하셨다.
카캐리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다음 상차지는 속초였고 그 다음은 하차지인 원주로 이동했다.
그날 우리는 화성에서 차를 싣고 강릉 → 속초 → 원주로 이동하면서 꽤 긴 시간 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날씨가 맑아 풍경이 유난히 예뻤고 카캐리어의 차체가 높은 덕에 일반 승용차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탁트인 뷰가 펼쳐졌다.


너무 멋있는 광경에 계속 감탄하니, 사장님께서 이게 직업적인 장점 중 하나일거라고 하셨다.
“익숙해지면 운정할 때 이 뷰가 제일 좋아요. 위에서 아래로 다 보이니까”
가다가 가끔 석양이 지거나 해 뜨는 모습이 좋아 사진을 찍어 남기시기도 한다고 하셨다.
먼 길을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도 깊어졌다. 트럭헬퍼 서비스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렇게 일하는 데 원동력이 되어주는 가족과 친구분들 이야기까지. 트럭헬퍼를 어떻게 더 알리면 좋을지, 왜 이렇게 선뜻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시는지도 들려주셨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실 나조차도 화물차 기사님들은 거칠고 범접하기 어렵다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 왔다. 화물차 기사님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좋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걸 새삼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확실히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밤이 없는 노고
나는 4시 반에 사장님과 만났지만, 사장님은 새벽 1시에 일정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이날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사장님 거주지 근처로 돌아오니 거의 저녁 7시가 넘었다. 18시간 가까이 전국을 오가며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 노고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밤이 없는 노고로 우리가 편하게 차를 집 앞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선탑 체험을 하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사님들에게는 앱을 차근차근 사용할 시간이 없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이동을 해야하고, 연령대도 높은 만큼 서비스는 최대한 직관적인 UI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예전 배달 기사님의 패러다임을 바꾼 배민처럼, 진정한 직업인으로서의 화물차 운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우리 서비스와 기사님들과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사장님이 운전석에서 본 노을을, 우리 서비스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게 할 수 있도록. 더 직관적이고 더 따뜻한 트럭헬퍼를 만들어가야겠다.
이번 선탑 체험은 단순히 화물차를 함께 타본 하루가 아니었다.
기사님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모니터 앞에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서비스의 방향도 조금 더 선명해졌다.
더 직관적이고, 더 따뜻하며, 기사님들의 하루에 실제 도움이 되는 트럭헬퍼를 만들어가고 싶다.